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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웃의 유전자가 나의 장내 미생물을 바꾼다,에 대한 상세정보
이웃의 유전자가 나의 장내 미생물을 바꾼다,
작성자 임상병리과 등록일 2026.02.05

함께 사는 사람의 유전자가 나의 장내 미생물을 바꾼다


사람들은 흔히 “부부는 닮아간다”고 말한다. 같은 공간에서 생활하며 식습관과 생활 리듬을 공유하다 보면 외모뿐 아니라 건강 상태까지 비슷해진다는 의미다. 과학적으로 보아도 이는 근거가 있다. 함께 지내는 사람들은 음식, 생활 환경, 신체 접촉을 통해 장내 미생물을 서로 주고받게 되고, 그 결과 장내 미생물 구성 역시 점점 유사해진다. 실제로 같은 케이지에서 사육되는 실험용 쥐들 또한 이러한 이유로 장내 미생물 군집이 비슷해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렇다면 한 걸음 더 나아가, 함께 사는 상대방의 유전자가 나의 장내 미생물 구성에까지 영향을 줄 수 있다면 어떨까? 

최근 국제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에 발표된 연구는 이 질문에 대해 흥미로운 과학적 증거를 제시했다. 연구진은 쥐 실험을 통해, 다른 개체의 유전자가 미생물 교환을 매개로 자신의 장내 환경에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입증했다. 이를 ‘간접 유전 효과(indirect genetic effect)’라고 한다.

간접 유전 효과란 유전자가 직접 전달되지 않더라도, 그 유전자가 만들어낸 환경을 통해 다른 개체의 특성에 영향을 미치는 현상을 의미한다. 예를 들어 부모의 유전자가 양육 방식이나 생활 환경을 결정하고, 그 결과 자녀의 성장이나 면역 기능에 영향을 주는 경우가 이에 해당한다. 이번 연구는 이러한 개념이 장내 미생물을 통해서도 실제로 작동함을 보여준 사례다.


유전자와 장내 미생물의 연결고리


장내 미생물은 소화와 대사, 면역 기능뿐 아니라 행동과 감정 조절에도 관여하는 중요한 생물학적 요소다. 그동안 식단이나 약물 복용이 장내 미생물에 미치는 영향은 잘 알려져 있었지만, 유전자의 역할은 명확히 구분하기 어려웠다. 사람의 경우 가족 구성원들이 유전자와 환경을 동시에 공유하기 때문에, 장내 미생물의 차이가 유전 때문인지 환경 때문인지 판단하기가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연구진은 환경 통제가 가능한 실험용 쥐를 활용했다. 서로 다른 연구시설에서 사육된 4천여 마리의 쥐를 대상으로 유전체 정보와 장내 미생물 데이터를 종합 분석한 결과, 장내 미생물의 상당 부분이 개체 자신의 유전자와 밀접하게 연관돼 있음을 확인했다.

특히 주목할 만한 결과는 St6galnac1 유전자와 특정 장내 세균 (Paraprevotella spp.) 간의 강한 연관성이었다. 이 유전자는 장 점막을 덮고 있는 점액에 당을 붙이는 효소를 만드는 역할을 하는데, 특정 유전자 변이가 있을 경우 점액의 당 구조가 달라지고, 이를 먹이로 삼는 특정 세균이 장내에서 더 잘 증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관계는 서로 다른 네 개의 실험 집단 모두에서 반복적으로 관찰되어 신뢰도를 높였다.



나의 유전자, 그리고 이웃의 유전자


이번 연구의 가장 흥미로운 부분은 한 쥐의 장내 미생물 구성에 자신의 유전자뿐 아니라 같은 케이지에 있는 다른 쥐들의 유전자까지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정량적으로 분석했다는 점이다. 쥐들은 함께 생활하며 배설물이나 신체 접촉을 통해 장내 미생물을 자연스럽게 교환한다. 연구진은 통계 모델을 활용해 각 미생물 변화에 대해 직접적인 유전 효과와 간접적인 유전 효과를 구분해 분석했다.

그 결과 일부 장내 미생물은 해당 개체의 유전자 영향과 더불어, 함께 사는 다른 개체들의 유전자 영향도 동시에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즉, 한 개체의 유전자가 특정 미생물 환경을 만들고, 그 미생물이 주변 개체에게 전파되면서 유전자의 효과가 확장되는 것이다. 이러한 간접 유전 효과를 함께 고려할 경우, 유전자와 장내 미생물 간의 연관성은 기존보다 수 배 이상 크게 평가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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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사는 삶, 함께 연결된 건강


연구진은 이러한 현상이 인간에게도 적용될 가능성에 주목한다. 장내 미생물은 면역 질환, 대사 질환은 물론 감정과 행동에도 깊이 관여하는 만큼, 유전자의 영향 범위는 개인을 넘어 공동체로 확장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쥐에서 확인된 핵심 유전자는 인간에게도 매우 유사한 형태로 존재하며, 이전 연구에서도 이 유전자 변이가 장내 특정 미생물 분포와 관련이 있음이 보고된 바 있다.

이번 연구는 유전자를 더 이상 개인의 문제로만 볼 수 없다는 새로운 시각을 제시한다. 같은 공간에서 생활하고, 음식을 나누며 일상을 공유하는 것 자체가 서로의 몸속 생태계에 영향을 미친다. 나의 건강이 곧 주변 사람들의 건강과 연결돼 있다는 사실을 과학적으로 보여주는 연구인 셈이다.

함께 산다는 것은 단순히 시간을 공유하는 것을 넘어, 보이지 않는 수준에서 서로의 건강을 만들어가는 과정일지도 모른다.



*** 기사 출처

The ScienceTimes


*** 인용 논문

Genetic architecture and mechanisms of host-microbiome interactions from a multi-cohort analysis of outbred laboratory rats, Tonnele et al., 2025, Nat Comm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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